라거와 에일의 차이가 뭘까?
맥주에 관심이 별로 없으신 분들이라면 맥주를 그냥 맥주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맥주에 조금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맥주를 2가지 종류로 분류합니다. 바로 라거와 에일인데요. 보통 라거는 밝은 노란색에 청량감이 뛰어나고 맛이 가볍다고 생각하고, 에일은 좀 더 어두운 색에 과일 향이 나고 맛이 쓰고 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분류하면 밀로 만들어진 밀맥주와 검은색의 흑맥주까지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맥주를 분류하면 라거, 에일, 밀맥주, 흑맥주 정도로 분류할 수 있죠.
라거 VS 에일
에일은 영국에서 맥주를 의미하던 단어이고, 라거는 독일어로 '저장고'라는 의미입니다. 당시 독일에서 맥주를 만들 때 온도가 낮은 지하실에서 맥주를 숙성시켰고, 이렇게 만든 맥주를 라거비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사는 지역에 따라 맥주를 부르는 이름이 달랐던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맥주 내의 효모 분리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메일과 라거는 각각 다른 효모로 발효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에일 맥주는 고온에서 발효되는 효모고, 라거 맥주는 저온에서 발효되는 효모였던 것이죠.
에일과 라거의 유일한 차이는 어떤 효모로 만들어졌느냐에 대한 차이밖에 없습니다. 이 효모의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맥주의 향과 맛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맥주를 마시며 느꼈던 맛의 차이는 사실 맥주의 다른 재료인 맥아와 홉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럼 왜 라거는 에일과 같은 진한 향과 맛이 안 날까요? 쉽게 말해서 재료를 덜 써서 그런 겁니다.
그럼 왜 라거처럼 밍밍한 맥주가 유행하게 되었을까요? 옛날 맥주는 쉽게 썩거나 오염되어서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었는데, 라거는 발효 온도가 낮아서 맥주가 쉽게 썩거나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라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깔끔함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맥주 양조장들이 라거를 더 많이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죠. 라거는 세계 1차 대전 이후로 인기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기존 라거가 가지고 있던 홉의 향과 쓴 맛에 호불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지역 사람들만 먹었던 맥주였는데, 세계로 퍼져나가고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먹게 되면서 호불호가 생기는 향과 맛은 줄이고 누구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맥주들로 진화하게 되었고, 카스/테라와 같은 맥주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페일 라거 타입의 맥주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혹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자체의 향과 맛을 버리고, 최대한 탄산수에 가까운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라거와 에일의 차이에 대한 진실입니다. 그래서 라거와 에일의 차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사실 다른 재료의 차이이고, 라거 맥주에도 좋은 재료를 넣어서 만들면 에일 맥주의 맛이 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에일 맥주에서 그런 재료들을 다 제거하면 라거 맥주의 맛이 날 수 있습니다.
결국, 맥주 종류는 라거와 에일로 분류는 가능하지만 맛의 차이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거와 에일로 분류하기보다는 각 맥주의 스타일 별로 맥주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맥주의 스타일에는 페일 라거, IPA(India Pale Ale), 스타우트(Stout/Porter), 윗비어(Witbier), 바이젠(Weizen)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스타일명으로 맥주를 기억한다면 내 취향에 맞는 맥주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